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방금도 승급전 마지막 판에서 미드와 정글의 키보드 배틀을 말리다 넥서스가 터져버린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롤(LoL)을 하다 보면 이런 경험, 다들 있으시죠? 초반 라인전도 이기고 있었고, 드래곤도 우리가 먹었는데, 사소한 핑 실수 하나로 시작된 말다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게임을 지는 경우요. 소위 '내분(Internal Conflict)'으로 인한 패배입니다.
"아니 갱을 왜 안 옴?" "님이 라인 관리 못 해놓고 탓 ㄴㄴ"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양반이긴 합니다...;;
이 익숙한 대화, 사실 경영학의 '조직 행동론(Organizational Behavior)' 교과서에 나오는 실패한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기기 위해 모인 팀원과 싸우고, 결국 다 같이 망하는 길(패배)을 선택하는 걸까요? 오늘은 협곡의 영원한 미스터리, '남 탓'과 '정치질'의 메커니즘을 심리학과 경영학으로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넥서스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한 사람들 : '남 탓'의 심리학과 조직 붕괴
1. "나는 실수로 죽었고, 너는 못해서 죽었다" : 근본적 귀인 오류
싸움의 시작은 대부분 누군가의 죽음(Death)입니다. 이때 인간의 뇌는 아주 흥미롭고 이기적인 착각을 일으킵니다.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입니다.
내가 죽었을 때: 우리는 상황 탓을 합니다. "와 렉 걸림", "정글이 백업 안 옴", "상대 챔프가 사기임". 즉, 나의 실력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 문제였다고 합리화합니다.
남이 죽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기질 탓을 합니다. "쟤는 맵리가 안 되네", "반응 속도 느리네", "그냥 못하네". 즉, 그 사람의 '능력과 성격'이 문제라고 단정 짓습니다.
이 이중잣대가 채팅창에 올라오는 순간 전쟁은 시작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제 불능의 트롤"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2.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과 트롤링의 전염
뉴욕의 범죄율을 낮춘 이론으로 유명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협곡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사람들이 "아, 여기는 관리가 안 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해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한 명이 "아 안 함, 미드 오픈"이라고 던지는(깨진 유리창) 순간, 열심히 하던 다른 팀원들도 급격히 동기 부여를 잃습니다. "어차피 진 판이네? 나도 대충 해야지." 한 명의 부정적인 태도가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조직 전체가 무질서(Anomie) 상태에 빠져 게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트롤링의 전염 효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3. 채팅 칠 시간에 CS나 먹지 :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과 기회비용
경영학적으로 볼 때, 게임 도중 채팅으로 싸우는 것은 엄청난 '거래 비용'과 '기회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물리적 비용: 채팅을 치려면 키보드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그 3~5초 동안 우리는 챔피언을 조작할 수 없습니다. 즉, 아군과 싸우는 동안 우리는 맵 리딩, CS 수급, 무빙이라는 생산적인 활동을 멈추게 됩니다.
인지적 비용: 뇌의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상대를 비난할 문장을 생각하고 화를 내는 데 에너지를 쓰면, 정작 중요한 '게임 승리 전략'을 짤 뇌 용량이 부족해집니다.
결국 "네가 범인이다"라고 설득하기 위해 쓴 그 시간 때문에, 정작 내가 성장할 기회비용을 날려버리고 팀의 패배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4. 목표의 전치(Goal Displacement) : 승리보다 '정치질' 승리가 우선?
가장 무서운 단계는 싸움이 격해져서 게임의 본질적인 목표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목표의 전치(Goal Displacement)'라고 합니다.
원래 우리 5명의 목표는 '적 넥서스 파괴(승리)'였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상하면 목표가 바뀝니다. '수단(채팅)'이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제 이 판을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한 저 녀석의 멘탈을 터뜨리고, 내가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정치질 승리)이 새로운 목표가 됩니다.
"던짐. 사이드만 감."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이 조직은 설립 목적(승리)을 잃어버린 유령 회사가 됩니다. 구성원들이 회사의 이익보다 사내 정치 싸움에 몰두하다가 망하는 기업들과 똑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죠.
최고의 경영 전략은 'Mute All(차단)'이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수천 판의 롤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감정적인 소모전이 시작되면, 논리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져 서로를 탓하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먹히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내 말을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으로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감히 제안합니다. 팀원이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경영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은 '/mute all (전체 차단)'입니다. 불필요한 거래 비용(감정 소모)을 즉시 차단하고, 나의 리소스를 오직 '나의 플레이'와 '승리'라는 본원적 목표에 집중시키는 것. 그것이 진흙탕 싸움에서 나를 지키고 승률을 올리는 유일한 솔루션입니다.
회사에서도, 학교 팀플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말이 통하지 않는 빌런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성과를 내는 것이 결국 나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물론 현실에는 차단 버튼이 없다는 게 비극이지만요...(;-;)
이상, 오늘도 차단 버튼을 누르며 멘탈을 지키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제발 싸우지 말고 겜합시다, 여러분!
제발 회의 좀 그만 소집해! : 어몽어스로 배우는 '의사소통 비용'과 조직의 비효율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어젯밤에도 친구들과 우정 파괴 게임을 즐기다 목이 쉬어버린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여러분, 게임 '어몽어스(Amo
gaming-business.com
'게임 속 경제•경영 > 리그 오브 레전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야스오 '과학'을 피하는 법: '역진 귀납법'으로 우리 팀 트롤 미리 거르는 꿀팁 (6) | 2025.12.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