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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경제•경영/어몽어스

제발 회의 좀 그만 소집해! : 어몽어스로 배우는 '의사소통 비용'과 조직의 비효율

by Gaming Student 2025. 12. 3.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어젯밤에도 친구들과 우정 파괴 게임을 즐기다 목이 쉬어버린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여러분, 게임 '어몽어스(Among Us)' 좋아하시나요? 평화롭게 임무(Task)를 수행하던 중, 갑자기 "뚜-둥!"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빨갛게 변하며 '긴급 회의(Emergency Meeting)'가 소집될 때의 그 짜릿함과 귀찮음, 다들 아실 겁니다.

 "누구야? 방금 전기실 벤트 타는 거 본 것 같은데?" "아냐, 나 의무실에서 스캔하고 있었어! 확시(확실한 시민)미션 보여 줬잖아!"

 서로를 의심하고 변명하는 이 난장판을 보면서, 저는 지난 학기에 들었던 '조직 행동론(Organizational Behavior)' 수업이 떠올랐습니다. 어몽어스야말로 경영학에서 말하는 '정보 비대칭'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우주선이라는 폐쇄된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임포스터와의 심리전을 통해, 우리 회사가 왜 맨날 회의만 하다가 끝나는지, 왜 팀플에는 항상 무임승차자가 생기는지에 대한 경영학적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긴급 회의가 많을수록 조직은 망한다 : 어몽어스로 배우는 '의사소통 비용'과 '대리인 문제'
1.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과 대리인 문제
 어몽어스 게임의 핵심은 '누가 임포스터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임포스터 본인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정보 우위), 크루원들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정보 열위).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입니다.

 이 상황은 경영학의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주인(주주/경영진 = 크루원): 조직의 승리(생존 및 임무 완수)를 원합니다.

 대리인(전문 경영인/직원 = 임포스터): 겉으로는 조직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사익(크루원 제거)을 추구할 유인이 있습니다. 현실의 주주들이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잘 운영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이사회나 감사를 두는 것처럼, 크루원들도 임포스터를 색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눈치를 봐야 합니다. 이 '감시' 자체가 엄청난 비용이죠.

2. 긴급 회의 = 막대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
 어몽어스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되면 모든 플레이어는 하던 임무(Task)를 멈추고 식당으로 강제 소환됩니다. 그리고 채팅이나 보이스톡으로 긴 토론을 벌이죠. 경영학적 관점에서 이 '긴급 회의 시간'은 생산적인 활동(임무 수행)이 전면 중단되는 시간이자,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소모되는 '거래 비용'입니다.

 현실의 회의: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업무 집중하려는데 부르는 쓸데없는 회의"입니다. 회의가 잦다는 것은 구성원 간의 신뢰가 낮거나 정보 공유가 안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비효율의 극치: 게임에서도 확시(알리바이)가 없는 상태에서 무의미한 회의만 계속 소집하면, 임무 게이지는 안 차고 시간만 흘러 결국 패배하게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가 반복되면 조직의 생산성(Productivity)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3. 페이크 미션(Fake Task)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임포스터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임무를 하는 척 연기합니다. 소위 '페이크 미션'이죠. 이는 조직 내의 '도덕적 해이'와 '무임승차(Free Riding)' 문제를 보여줍니다.

 보이지 않는 성과: 팀플이나 회사 업무 중에는 성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때 나쁜 마음을 먹은 직원(임포스터)은 모니터 화면만 띄워놓고 열심히 일하는 척(페이크 미션)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사기 저하: 열심히 일하는 크루원 입장에서, 일하는 척만 하며 월급 루팡을 하는 동료를 보면 일할 맛이 떨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관리자는 CCTV(보안실)를 보거나 업무 일지를 쓰게 하는데, 이것이 또 다른 '감시 비용(Monitoring Cost)'을 발생시킵니다.

4. 확시(Visual Task)와 신호 이론(Signaling Theory)
 그렇다면 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몽어스에는 '확시(Visual Task)'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비우거나 스캔을 하는 등 남들에게 내가 시민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이를 '신호 발송(Signaling)'이라고 합니다.

 신호의 조건: 진짜 능력 있는 사람(시민)만이 보낼 수 있고, 가짜(임포스터)는 흉내 낼 수 없는 신호여야 합니다.

 비즈니스 적용: 취준생이 따기 힘든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업이 품질 보증(Warranty)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진짜(크루원)다"라고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행위입니다. 이 신호가 확실할수록 검증 시간이 줄어들고(회의 시간 단축), 거래 비용이 감소하여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 [경영학도의 노트] 그래프로 보는 '신뢰'와 '거래 비용' X축: 조직 내 신뢰 수준 (Low Trust → High Trust) Y축: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 감시 비용 (Monitoring Cost) 그래프 형태: 우하향하는 곡선 해설 : 신뢰가 낮을 때(좌측): 어몽어스 초반 상황입니다. 누가 임포스터인지 모르니 CCTV를 보고, 뭉쳐 다니고(Grouping), 수시로 회의를 소집합니다. 비용(Y축)이 매우 높고 임무 효율은 바닥입니다. 신뢰가 높을 때(우측): "경크(경찰 크리)"나 "확시" 인증이 끝난 상황입니다. 서로를 믿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빠르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감시 비용이 '0'에 수렴하고, 조직의 생산성은 극대화됩니다.


신뢰(Trust)가 곧 경쟁력이다
 어몽어스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에서 이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로를 믿는 것'입니다. "A 님은 확시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더 이상 A 님을 의심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각자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경영학의 대가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며, 고신뢰 사회일수록 거래 비용이 낮아 경제 효율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불신이 가득한 조직(임포스터가 판치는 판)에서는, 누가 범인인지 찾느라(회의하느라) 실제 일은 아무것도 못 하는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혹시 여러분의 팀플 조별 과제나 동아리 회의가 "범인 찾기"로 변질되고 있지는 않나요? 서로 감시하고 의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우리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에너지보다 크다면 그 조직은 이미 '산소 고갈' 위기에 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군대에서도 느꼈습니다. '누가 무엇을 안하고 농땡이를 친다더라'처럼 범인을 찾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동기, 선임, 후임을 믿고 내가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요.

조직 내의 불필요한 의사소통 비용을 줄이는 것. 그것은 범인을 빨리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상, 오늘도 전기실에서 임무 하다가 뒤통수가 서늘해진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제발 회의 좀 그만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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