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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경제•경영/리그 오브 레전드

야스오 '과학'을 피하는 법: '역진 귀납법'으로 우리 팀 트롤 미리 거르는 꿀팁

by Gaming Student 2025. 12. 1.

 안녕하세요! 신촌 독수리... 가 아니라 소환사의 협곡을 누비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제 학점을 위협하는 주범이자, 제 인생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야기를 할 시간입니다! 

(롤 이야기하려고 헬스장 갔다 오자 마자 글을 작성했습니다! >.<) 

 롤붕이 여러분, 롤은 '피지컬 게임'일까요, '뇌지컬 게임'일까요? 물론 페이커 선수같은 신들린 무빙도 중요하지만, 많은 프로들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게임의 승패는 이미 밴픽(Ban-Pick)에서 50% 이상 결정된다"고 말이죠.

 LCK 결승전 마지막 5세트. 웅장한 '두둥둥장' 브금과 함께 밴픽 창이 열리는 순간, 양 팀 코치진과 선수들의 머릿속에선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계산이 돌아갑니다. 이 피 말리는 수싸움의 현장, 경영학도인 제 눈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임 이론(Game Theory)'의 교과서적인 실전 사례로 보입니다. 오늘은 협곡의 설계자들을 위한 심리학 강의를 시작합니다.

협곡의 설계자들 : 밴픽 심리전으로 배우는 '게임 이론'과 '내쉬 균형'

 

1. 밴픽은 고도로 발달된 '순차적 게임'이다
 게임 이론에서 게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가위바위보처럼 동시에 패를 내는 '동시 게임'과, 바둑이나 체스처럼 한 수씩 주고받는 '순차적 게임(Sequential Game)'입니다.

 롤의 밴픽은 전형적인 순차적 게임입니다. 블루팀이 1픽을 가져가면(선공), 레드팀이 2, 3픽으로 맞받아칩니다(후공). 이때 중요한 것은 나의 최선의 선택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분석할 때 '역진 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게임의 가장 마지막 단계부터 거꾸로 추론해 오는 것입니다.

 상대가 내 수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고, 그 예측된 반응에 대한 나의 최적 대응(Best Response)을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밴픽의 핵심입니다. 프로 경기에서 "몇 수 앞을 내다봤다"라는 해설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2. OP챔의 유혹과 '죄수의 딜레마'
 매 패치마다 협곡을 지배하는 'OP(Over Power) 챔피언'이 존재합니다. 모두가 이 OP챔을 가져오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 욕심이 때로는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 [경영학도의 노트] 이 표 하나로 설명되는 '협곡의  정치학. 밴 픽 상황을 경제학적으로 요약하면 바로 위 표가 됩니다. 이걸 '보수 행렬(Payoff Matrix)'이라고 부르는데요, 보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플레이어: Player A(나)와 Player B(상대 팀)가  있습니다. 전략 : 둘 다 '협력(Cooperate, 예: OP 챔 서로 나눠 갖기)'과 '배신(Defect, 예: 나만 OP챔 먹으려고 욕심부리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수(점수) : 괄호 안의 숫자는 (나의 이득, 상대의 이득)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좋은 결과입니다. 이 표가 보여주는 소름 돋는 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 둘 다 서로를 믿고 '협력(C, C)'하면 사이좋게 (3, 3) 점을  얻습니다. 가장 평화롭죠. 배신의 유혹: 하지만 내가 협력할 때 상대가 '배신(D)'하면? 나는 0점(Sucker, 호구 잡힘)이 되고 상대는 5점(대박)을 챙깁니다. 롤로 치면 내가 양보했더니 상대가 내 주챔까지 싹 다 밴 해버린 상황입니다. 결국 도달하는 현실(내쉬 균형): 상대가 뒤통수칠까 봐 무서워서, 그리고 내가 통수치면 더 큰 이득을 보니까, 결국 둘 다 '배신(D, D)'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과는 (1, 1) 점. 서로 협력했을 때의 (3, 3) 점보다 훨씬 못한 최악의 결과(Mutual Defection)를 맞이하게 되죠. 결론적으로 이 표는 "왜 개인의 합리적인 욕심이 모이면, 집단 전체로는 비합리적인 결과(모두가 망하는 길)로 이어지는가?"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무시무시한 표입니다.


 서로 OP챔을 가져가겠다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팀의 조합 컨셉이 망가지거나(예: 5AD 조합... 극단적인 예시이긴 합니다만, 람머스 하면 아주 맛있겠네요 ㅎ), 상대에게 카운터 픽을 너무 쉽게 내주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시:

 

 팀 A와 B의 속마음: "나만 OP챔(예: 1티어 정글러)을 가져가고 상대는 못 가져가게 해야지." (이기적인 최적 선택)

 결과: 서로 중요 정글러를 모두 밴해버려서, 결국 둘 다 3티어 정글러를 써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열등한 균형)에 도달합니다.

 만약 두 팀이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 서로 OP 정글러는 밴하지 말고 하나씩 나눠 갖자"고 약속할 수 있겠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그런 믿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같은 팀하고도 싸우는데... 상대팀한테 합의를 하다뇨...;;)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해 둘 다 손해를 보는 이 상황, 경쟁적인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3. 결국 도달하게 되는 종착역,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치열한 밴픽 수싸움 끝에 양 팀의 조합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때가 바로 게임 이론의 하이라이트, '내쉬 균형'이 성립되는 순간입니다.

 내쉬 균형이란 '상대방의 전략이 공개되었을 때, 나도 더 이상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양 팀 모두 "현 상황에서 이게 최선의 조합이다. 여기서 챔피언 하나를 바꾸면 오히려 우리가 손해다"라고 인정하는 상태죠.

 프로 경기에서 밴픽이 끝나고 해설자들이 "양 팀 다 준비해온 대로 잘 짰네요. 이제 파일럿(선수) 싸움입니다"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완벽한 내쉬 균형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밴픽으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우위가 사라졌으니, 이제 순수한 인게임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협곡에서 살아남는 법
 롤을 사랑하는 경영학도로서, 저는 현실의 비즈니스 세계가 거대한 소환사의 협곡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시장이라는 맵에서 경쟁사(레드팀)와 맞서 싸웁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떤 사업(챔피언)에 투자할지 결정하고, 경쟁사의 전략을 카운터 칠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때로는 출혈 경쟁(죄수의 딜레마)을 펼치기도 합니다.

 우리가 롤을 하면서 배우는 것은 단순히 스킬 콤보를 넣는 법이 아닙니다. 상대의 의도를 읽고, 나의 최적 전략을 수립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사고의 힘'을 배우는 것입니다.

 오늘 밤, 솔랭을 돌리며 밴픽 창을 마주하신다면 잠시 '존 내쉬' 박사에 빙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 녀석이 야스오를 픽한 건, 나의 레넥톤을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인가?" 하고 말이죠.

 이상, 오늘도 협곡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사실은 티어 올리려고, TMI 저는 실버입니다...) 접속하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이었습니다. 다들 건승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