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지난 주말 내내 시민들의 "세금 낮춰라", "물 안 나온다"는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파산 엔딩을 맞이한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여러분은 <시티즈: 스카이라인>이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내가 직접 시장(Mayor)이 되어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처음엔 그저 예쁜 빌딩을 짓는 '심시티' 류의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이 게임은'행정학'과 '공공 경제학'의 지옥불 난이도 실습판이었습니다. 도로를 깔아주면 차가 막힌다고 욕하고, 전기를 주면 공해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돈이 없어서 세금을 1% 올렸더니 시민들이 짐 싸서 도시를 떠나버리더군요.
오늘은 가상의 시장이 되어 뼈저리게 느낀 '공공재'의 딜레마와, 왜 현실의 정치인들이 그토록 욕을 먹어가며 '조세 정책'을 고민하는지 경영학도의 시선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세금 1% 올렸다고 폭동이?" : 시티즈로 배우는 공공재와 조세 저항
1. 도로는 왜 삼성이 아니라 정부가 깔아야 할까? : '공공재(Public Goods)'의 비극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로를 깔고, 수도관을 묻고, 발전소를 짓는 것입니다. 이걸 안 하면 아무도 이사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왜 이런 건 민간 기업이 안 하고, 내(시 정부)가 빚을 내서 해야 하지?"
경제학에서는 이를 '공공재(Public Goods)'의 특성으로 설명합니다.
비배제성(Non-excludability): 도로를 깔아놓으면 세금을 안 낸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요금소가 없다면요.)
비경합성(Non-rivalrous): 내가 가로등 불빛을 쓴다고 뒷사람이 쓸 불빛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돈을 안 낸 사람을 막을 수 없으니(무임승차 문제), 민간 기업(삼성, 현대) 입장에서는 도로를 깔 유인이 없습니다. 수익이 안 나니까요. 결국 아무도 안 하려는 필수적인 일을 하기 위해 '정부(시장)'가 개입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게임 속 예산이 항상 부족한 이유는, 바로 이 돈 안 되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2. 우리 집 옆에 쓰레기장 짓지 마! : 부정적 외부효과와 '님비(NIMBY)'
도시가 커지면 쓰레기가 쌓입니다. 해결책은 소각장을 짓는 것뿐이죠. 효율을 위해 주거 단지 바로 옆에 소각장을 지어봤습니다. 결과는? 그 주변 땅값이 폭락하고, 시민들이 병에 걸려 병원으로 실려 갑니다. 주민 행복도는 바닥을 치죠.
이것이 바로 교과서에 나오는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입니다. 나의 경제 활동(쓰레기 처리)이 제3자(주민)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악취, 소음)를 주는 현상이죠. 현실에서도 내 집 앞에 교도소나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발생합니다. 게임에서는 그냥 건물을 옮기면 그만이지만, 현실의 시장님들은 이 갈등을 조정하느라 머리가 다 빠지실 겁니다. (사회적 비용의 발생)
3. 세금 12%의 마지노선 : 조세 저항과 '래퍼 곡선(Laffer Curve)'
시티즈 유저들 사이에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주거 세금은 12%를 넘기면 안 된다." 기본 9%에서 11%~12%까지 올리면 세수가 짭짤하게 늘어납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13%로 설정하는 순간, 시민들이 "세금 못 내겠다!"며 짐을 싸서 도시를 떠나는 '인구 유출(Exodus)'이 시작됩니다. 오히려 전체 세금 수입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지죠.
이것을 설명하는 유명한 이론이 '래퍼 곡선(Laffer Curve)'입니다. "세율(Tax Rate)이 오른다고 세수(Revenue)가 무조건 늘어나는 게 아니다." 일정 수준(최적 세율)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일할 의욕을 잃거나(노동 공급 감소), 다른 도시로 도망가버리기(조세 회피) 때문에, 오히려 정부의 수입은 0을 향해 떨어집니다. 이 '마법의 12%'를 지키는 것, 즉 시민들의 '조세 저항(Tax Resistance)'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예산을 확보하는 줄타기가 바로 재정학의 핵심입니다.

"시장님, 제발 도로 좀 뚫어주세요!" : 현실의 행정이 답답한 이유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하다 보면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며 한숨을 쉬게 됩니다. "아니, 차선을 늘렸는데 왜 더 막혀?" (이건 '브라에스의 역설'이라고 하죠.)
가상의 도시를 운영해보니 알겠습니다. 현실의 행정이 왜 그렇게 느리고 답답한지를요. 한쪽을 만족시키면 다른 쪽에서 민원이 들어오고(외부효과), 복지를 늘리려니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시민들은 싫어하는(래퍼 곡선) 이 딜레마.
우리는 뉴스에서 정치인들을 쉽게 비판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매일매일 이 풀리지 않는 방정식과 싸우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게임 속 제 도시는 이미 망했지만... 현실의 시장님들은 부디 '세이브 & 로드' 없이도 멋진 도시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오늘도 적자 난 재정을 메꾸기 위해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러 가는 악덕 시장,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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