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저번 '여름 할인' 때도 라이브러리에 게임 5개를 추가하고 아직 설치조차 안 한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흑우... (;-;)
게이머들에게는 전설적인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게임은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놓은 게임 중에 골라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팀(Steam)의 창립자 게이브 뉴웰을 '연쇄 할인마'라고 부릅니다. 75%, 90%라는 미친 할인율을 보고 있으면, 안 사는 게 손해인 것 같아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되죠. 정신을 차려보면 통장 잔고는 비어있고, 라이브러리에는 평생 다 하지도 못할 게임들이 쌓여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하지도 않을 게임을 또 샀을까요? 단순히 우리가 참을성이 없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아도 될 만큼 정교한 [가격 차별]과 [심리학]의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지갑을 털어가는 스팀의 치명적인 매력을 경영학적으로 해부해 보겠습니다.
연쇄 할인마에게 지갑을 바친 이유 : 스팀의 '가격 차별'과 '번들링'

1. 시간차 공격 : 제3급 가격 차별(3rd Degree Price Discrimination)
경영학(미시경제학)에서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뺏어오는 것입니다. '소비자 잉여'란 내가 "이 정도면 낼 용의가 있다"고 생각한 금액과 실제 가격의 차이, 즉 소비자가 느끼는 '이득'입니다.
스팀은 이 이득을 기업의 이익으로 바꾸기 위해 '시간'을 이용한 가격 차별을 시전합니다.
출시 직후 (69,000원): "난 이 게임 죽어도 해야 해!" 하는 충성 유저(얼리어답터)를 타겟팅합니다. 가장 비싸게 팔아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첫 할인 (-20%): "재밌어 보이는데 좀 비싸네?" 하며 간을 보던 일반 유저를 끌어들입니다.
계절 할인 (-75%): "만 원 이하면 사볼까?" 하는 가격 민감형 유저(학생 등)까지 싹쓸이합니다.
결국 스팀은 모든 유저에게 각자가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늦게 사면 싸게 살 수 있지만, 그만큼 '먼저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죠.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시점 간 가격 차별'입니다.
2. 함정 카드 발동 : 번들링(Bundling)의 마법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A 게임(2만 원) 하나만 사려고 들어갔는데, DLC랑 B 게임까지 합쳐진 꾸러미(2만 5천 원)를 보고 "어? 5천 원만 더 내면 다 주네?"라며 세트를 구매한 경험. 이것이 바로 '번들링(Bundling, 묶어팔기)' 전략입니다.
죽은 재고 살리기: 디지털 게임은 재고 비용이 '0'원입니다. 인기 게임(미끼)에 비인기 게임(악성 재고)을 끼워 팔아도 스팀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지불 용의의 평준화: 어떤 사람은 본편만 원하고, 어떤 사람은 DLC를 원합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팔면, 기업은 개별로 팔 때보다 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산 그 꾸러미 속의 게임들, 아마 평생 설치 안 할 확률이 99%입니다.
3. 라이브러리는 나의 트로피 : 디드로 효과와 락인(Lock-in)
게이머에게 스팀 라이브러리는 단순한 목록이 아닙니다. 나의 게임 인생이 담긴 '디지털 전시장'입니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 하나의 물건을 사면 그에 어울리는 다른 물건들을 계속 사게 되는 심리입니다. <문명 6> 본편을 사면 확장팩도 사야 할 것 같고, 시리즈인 <문명 5>도 사서 구색을 맞추고 싶어집니다. "라이브러리를 채운다"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죠.
락인 효과(Lock-in): 이미 스팀에 100개의 게임이 있는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무료 게임을 준다고 갈아탈까요? 귀찮아서 안 갑니다. 이미 내 자산(게임)이 스팀에 묶여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너무 커져버린 것입니다. 스팀이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강력한 플랫폼 독점력 덕분입니다.
우리는 '호구'가 아니라 '스마트한 수집가'다
우리는 스팀 세일 기간마다 "이번엔 진짜 할 거만 산다"라고 다짐하지만, 결국 또 결제 문자를 받게 됩니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스팀의 정교한 가격 차별 정책에 놀아나는 '호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우리가 75% 할인가에 게임을 샀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 라이브러리에 꽉 찬 게임 목록을 보며 느끼는 든든함. 이 또한 게임이 주는 '효용(Utility)'의 일부니까요.
어차피 치킨 한 마리 안 먹으면 게임 3개를 살 수 있습니다. (기적의 계산법) 그러니 다가오는 겨울 할인에도 죄책감 갖지 말고 지갑을 여세요. 우리는 게임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언제든 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사두는 스마트한 투자자일 뿐입니다.
이상, 오늘도 '찜 목록'에 게임을 추가하며 행복회로를 돌리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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