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어제도 '천장'을 찍고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해방된 KDA 아리를 어떻게 참아요...ㅠㅠ
최근 게임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확률형 아이템(Gacha)'입니다. 트럭 시위가 일어나고,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될 정도로 시끄러웠죠. 우리는 왜 0.00...1%라는 말도 안 되는 확률에 월급을, 용돈을 쏟아붓는 걸까요? 단순히 우리가 도박 중독이라서? 아니면 흑우라서?
경영대 전공 수업인 '소비자 행동론(Consumer Behavior)' 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간을 가장 미치게 만드는 보상은 '예측할 수 없는 보상'이다."
오늘은 게임사들이 우리 지갑을 열게 만드는 치밀한 심리 트릭, 그리고 가챠 시스템이 경영학적으로 왜 이렇게나 (기업 입장에서) 완벽한 수익 모델인지, [행동경제학]과 [가격 차별] 이론으로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쓰레기가 나올 줄 알면서도 결제 버튼을 누를까? : 가챠의 경제학
1. 스키너의 상자(Skinner Box) : 와 게이머의 소름 돋는 평행이론

위 그림은 1950년대 행동심리학자 B.F. 스키너가 고안한 실험 장치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상자의 구조를 우리(게이머)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소름 돋게 똑같습니다.
신호 조명 (Signal Lights): "지금 픽업 기간! 뽑기 가능!"을 알리는 게임 메인 화면의 화려한 배너와 빨간색 'New' 알림입니다.
레버/버튼 (Lever): 쥐가 앞발로 누르는 버튼은 우리가 떨리는 손으로 누르는 '10회 소환(연차)' 버튼입니다.
먹이통 (Food Dispenser): 쥐에게 떨어지는 먹이는 우리에게 'SSR 캐릭터(전설 아이템)'입니다.
전기 충격 (Electric Grid): 꽝(파란 불)이 나왔을 때 느끼는 '박탈감'이나 '돈 낭비했다는 자괴감'입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랜덤(Variable)'입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먹이가 100% 나오면, 는 배가 부르면 멈춥니다. 합리적인 판단이죠. 하지만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배가 불러도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때문에 미친 듯이 버튼을 쪼아댑니다.
이것이 우리가 새벽 3시에도 스마트폰을 붙들고 홀린 듯이 결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 과학적인 이유입니다.
2.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의 끝판왕 : 고래(Whale) 사냥
경영학에서 기업의 지상 과제는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를 최대한 기업의 이익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패키지 게임 (6만 원): 이재용 회장님이 사든, 제가 사든 똑같이 6만 원입니다. 회장님이 "난 이 게임에 10억도 낼 수 있어!"라고 생각해도 기업은 6만 원밖에 못 받습니다. (비효율적)
가챠 게임 (무료 + @): 돈 없는 학생은 공짜로 즐기게 하고(트래픽 확보), 돈 많은 '핵과금러(Whale)'에게는 원하는 아이템을 뽑을 때까지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쓰게 만듭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제1급 가격 차별(완전 가격 차별)'에 가깝습니다. 각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금액까지 쥐어짜 내는 구조죠. 리니지의 '집행검'이나 메이플의 '자석펫'이 비싼 이유는, 그걸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챠는 '지출의 상한선(Ceiling)'을 없애버린 가장 사악하고도 천재적인 BM(비즈니스 모델)입니다.

3.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과 '연출'의 마법
가챠를 돌릴 때 나오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다들 아시죠? 상자가 덜컹거리고, 금색 빛이 번쩍이는 그 순간! 사실 결과는 서버에서 이미 0.01초 만에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사는 굳이 긴 연출을 보여줍니다. 왜냐? 유저가 "내가 지금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착각, 즉 '통제 착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슬롯머신에서 '7-7-6'이 나와 아깝게 빗나간 것처럼 보여주는 '니어 미스(Near Miss)' 효과는 유저로 하여금 "아! 거의 다 왔는데!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여 추가 결제를 부릅니다.
4. 천장(Pity System) : 자비인가, 상술인가?
요즘 게임들은 일정 횟수(예: 200회)를 뽑으면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주는 '천장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유저들은 이를 "게임사가 베푸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학적으로는 이 또한 철저한 '고객 이탈 방지(Churn Management)' 전략입니다. 도박사의 오류에 빠져 돈을 다 잃고 게임을 접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금만 더 쓰면 확정이야"라는 당근을 흔들어 마지막까지 지갑을 털게 만드는 안전장치인 셈이죠.
가챠는 '게임'인가 '도박'인가?
경영학도로서 가챠 시스템을 분석하다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이토록 정교하게 공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은 드무니까요. 기업 입장에서 가챠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하지만 게이머로서 저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와 '성취감'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가챠 게임들은 '도박적 쾌락'과 '박탈감'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 확률 공개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서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 게임사들이 '스키너의 상자' 안에 유저들을 가두는 방식보다는, 정말 돈을 내고 싶을 만큼 멋진 콘텐츠와 경험(Experience)을 파는 방식으로 BM을 혁신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상, 확률표를 보며 이항분포를 계산하다가 현타가 온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내 22성 집행검이 터진 이유? : 넥슨이 설계한 잔혹한 '인플레이션' 방어술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방학만 되면 메이플 월드로 돌아가 '버닝 서버'에서 광렙을 즐기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유저들
gaming-business.com
'게임 속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너의 에임으로 포친키 가지 마라: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조건 (경쟁 우위) (1) | 2025.12.05 |
|---|---|
| 백(White)이 무조건 유리할까? : 체스로 배우는 '선도자의 우위'와 '패스트 팔로워 (0) | 2025.12.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