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고 뒤늦게 체스 뽕에 취해 체스 닷컴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여러분은 체스를 둘 때 '백(White)'을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흑(Black)'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무조건 백을 잡으려고 합니다. 왜냐고요? 체스에서는 "백이 먼저 둔다"라는 절대적인 규칙이 있고, 통계적으로도 백의 승률이 흑보다 5~10% 정도 높기 때문이죠.
제가 이탈리안 게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ㅎ
경영학 수업 시간, '선도자의 우위(First Mover Advantage)'라는 개념을 배울 때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이거 완전 체스에서 백이 가지는 이점이잖아?" 시장을 먼저 선점한 기업이 누리는 막강한 프리미엄. 하지만 역사를 보면 먼저 시작했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64칸의 체스판 위에서 펼쳐지는 '먼저 가는 자(백)'와 '따라가는 자(흑)'의 치열한 비즈니스 전쟁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백이 먼저 두는데 왜 흑이 이길까? : 선도자의 우위 vs 패스트 팔로워
1. 백(White)의 특권 : 선도자의 우위 (First Mover Advantage)
체스에서 백은 첫 수를 둠으로써 게임의 흐름(Opening)을 주도합니다. 백이 'e4'로 나오면 흑은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하죠.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기업(First Mover)은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브랜드 인지도를 독점합니다.
사례: 스마트폰의 아이폰, 전기차의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아무도 없는 빈 체스판 중앙을 먼저 차지(선점)했고,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아이폰", "전기차=테슬라"라는 공식을 각인시켰습니다.
경영학적 해석: 이를 '진입 장벽(Entry Barrier) 구축'이라고 합니다. 백이 먼저 기물을 전개해 중앙을 장악하면 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좁아지듯, 선도 기업은 특허, 기술 표준, 고객 충성도를 통해 후발 주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2. 흑(Black)의 반격 : 패스트 팔로워 전략 (Fast Follower)
그렇다면 흑은 앉아서 당해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흑에게는 '정보의 우위'가 있습니다. 백이 어떤 전략을 들고나왔는지 보고, 그에 가장 효과적인 카운터 전략(Defense)을 선택할 수 있죠. 이를 경영학에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혹은 '2등의 전략(Second Mover Advantage)'이라고 부릅니다.
사례: 삼성전자가 대표적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열었을 때(백의 첫 수), 삼성은 그 흐름을 빠르게 분석하고 더 큰 화면과 다양한 라인업으로 대응(흑의 응수)하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습니다. 숏폼 비디오 시장에서도 틱톡(선도자)을 보고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추격자)가 맹추격하고 있죠.
경영학적 해석: 선도자는 '없는 길'을 개척하느라 막대한 R&D 비용과 실패 위험(Risk)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후발 주자는 선도자의 성공과 실패를 벤치마킹하여 훨씬 효율적인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체스에서 흑이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백의 실수를 기다리며 단단하게 수비하는 전략과 같습니다.

3. 갬빗(Gambit) : 손해를 감수한 투자 (Loss Leader)
체스에는 '퀸스 갬빗(Queen's Gambit)'처럼 초반에 폰(Pawn) 하나를 공짜로 내어주는 전술이 있습니다. 기물 점수로는 1점 손해지만, 그 대가로 포지션의 우위나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오죠. 비즈니스에서도 이런 '계획된 적자' 전략이 흔합니다.
사례: 쿠팡이 수년간 수조 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로켓배송' 인프라에 투자한 것, 혹은 프린터 회사가 프린터 기기를 원가 이하로 팔고 잉크값으로 수익을 내는 전략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경영학적 해석: 당장의 재무제표상 손실(폰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체크메이트)을 얻기 위한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입니다. 경영자는 "이 폰을 희생해서 킹을 잡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4. 희생(Sacrifice) :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빅딜'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기물인 퀸(Queen)이나 룩(Rook)을 미끼로 던져 상대방을 유인한 뒤, 체크메이트를 노리는 전술은 체스의 꽃이라 불립니다. 당장 눈앞의 큰 기물을 잃는 것은 뼈아프지만, 그 대가로 상대의 킹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기회를 얻는 것이죠.
체스 닷컴에서는 brilliant, 느낌표 두개로 강조해줘서 성공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극적인 '희생'이 일어납니다.
사례 1 (구조조정):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핵심 사업부나 알짜 자산(퀸/룩)을 과감하게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소니가 노트북 사업(VAIO)을 매각하고 센서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하여 부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사례 2 (M&A): 반대로 경쟁사의 핵심 기술이나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자사의 현금 자산이나 주식(큰 기물)을 대가로 지불하는 '대규모 인수합병(Big Deal M&A)'도 일종의 희생 전술입니다. 페이스북이 당시 수익도 없던 인스타그램을 1조 원에 인수한 것은 퀸을 던져 미래의 소셜 미디어 제국을 완성한 신의 한 수였죠.
경영학적 해석: 이는 '선택과 집중(Selection and Concentration)'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경영자는 "이 핵심 자산을 희생해서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종 목표(체크메이트)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희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5. 엔드게임(Endgame) :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체스 오프닝(초반)에서 백이 유리했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닙니다. 미들게임(중반)의 복잡한 전술 싸움을 거쳐 엔드게임(종반)까지 실수를 줄이는 쪽이 승리합니다. 비즈니스 역사에는 초반에 시장을 선점했으나 엔드게임에서 무너진 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사례: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발명했던 '코닥', 휴대전화의 제왕이었던 '노키아'. 이들은 완벽한 선도자였지만, 변화하는 시장(미들게임)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후발 주자들에게 왕좌를 내주었습니다.
경영학적 해석: 이를 '선도자의 저주(First Mover Disadvantage)'라고도 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취해 혁신을 멈추는 순간, 흑(경쟁자)의 폰이 프로모션하여 퀸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SCA)'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인생이라는 체스판에서 당신의 '다음 수'는?
체스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좋은 계획을 가진 나쁜 플레이어가, 계획 없는 좋은 플레이어보다 낫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는 백(유리한 상황)을 잡기도 하고, 때로는 흑(불리한 상황)을 잡기도 합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먼저 출발하는 사람(백)을 보며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학과 체스가 공통으로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먼저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흑으로 시작하더라도 상대의 수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기물을 희생(투자)하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엔드게임), 언제든 '체크메이트'를 외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어땠나요? 혹시 불리한 포지션에 놓여있다고 느껴지시나요? 포기하지 마세요.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역전의 묘수는 반드시 숨어있습니다.
이상, 오늘도 체스 닷컴 점수 올리면서, 인생의 빌드업을 고민하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야! 3연벙이 말이 되냐! ...네, 수학적으로 말이 됩니다 (feat. 게임 이론)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그날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오늘도 학식먹고 글을 써 봅니다! ^^ 전설의 3연벙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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