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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경제•경영/스타크래프트

야! 3연벙이 말이 되냐! ...네, 수학적으로 말이 됩니다 (feat. 게임 이론)

by Gaming Student 2025. 12. 2.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그날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오늘도 학식먹고 글을 써 봅니다! ^^

 전설의 3연벙 사건, 정말 그날은 e스포츠 역사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도 잊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2004년 11월 12일, EVER 스타리그 4강전. 그 전설의 '임진록' 말이죠.
 물론 그때 아가였던 저는 다 커서 보긴 했습니다. ㅎ

 많은 분들이 임요환 선수의 '3연속 벙커링(3연벙)'을 단순히 "운이 좋았던 날빌(날카로운 빌드)"이나 "홍진호 선수의 방심"으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경영학도의 눈으로 그날의 경기를 다시 돌려보면, 그곳에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치밀한 '게임 이론(Game Theory)'과 '심리전의 정수'가 숨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되었던 그 전략, 3연벙을 통해 게임 이론의 내쉬 균형과 베이즈 추론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임요환은 도박사가 아니라 '확률 통계학자'였다 : 3연벙과 게임 이론
"설마 또 하겠어?"라는 인간의 심리를 찌르다
경영학 전공 수업 중 '경제 수학'이나 '의사결정론'을 듣다 보면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우리는 흔히 확률을 수학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인간이 느끼는 확률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입니다.

 2004년의 그날,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저그의 폭풍 홍진호를 상대로 1세트와 2세트에 연속으로 초반 올인 전략인 '벙커링'을 성공시킵니다. 이미 관중석은 술렁거렸고, 해설진도 경악했죠. 그리고 운명의 3세트. 홍진호 선수의 머릿속은 아마 복잡했을 겁니다. "인간적으로 두 번이나 했는데, 세 번은 안 하겠지. 이번엔 운영 싸움이겠지?"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입니다.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5번 연속 나왔다고 해서, 6번째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확률은 여전히 50:50이죠.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상대방이 이 '오류'에 빠질 것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그는 상대가 "설마 또?"라며 앞마당에 드론을 째는(투자를 늘리는) 그 순간, 무자비하게 세 번째 SCV를 출발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적 편향(Bias)을 완벽하게 계산에 넣은 고도의 경영 전략이었습니다.


3연벙에 숨겨진 경영학적 승리 공식
 그날의 30분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케이스 스터디입니다. 구체적으로 3가지 포인트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1. 혼합 전략(Mixed Strategy)의 파괴와 역발상 게임 이론

 특히 '가위바위보' 같은 제로섬 게임에서는 내 전략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보통은 전략을 섞어서(Mixed Strategy) 사용합니다. 가위, 바위, 보를 1/3 확률로 내는 것이 이론적인 최적해(내쉬 균형)에 가깝죠.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은 신제품 출시, 가격 할인, 마케팅 등의 전략을 패턴화되지 않게 섞어서 경쟁사가 예측하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이 '혼합 전략의 균형'을 고의로 깼습니다. "당연히 섞어서 내겠지"라는 상대의 합리적 추론을 역이용하여, 가장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순수 전략(Only 바위)'을 3번 연속 낸 것입니다. 경쟁자가 "상대는 합리적인 기업이다"라고 믿고 있을 때, 가장 비합리적이고 무모해 보이는 '치킨 게임'을 거는 것. 이것이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 [경영학도의 노트] 게임 이론 매트릭스로 본 3연벙 위의 [보수 행렬(Payoff Matrix)] 이미지를 보시죠. 이것이 그날 임요환(A)과 홍진호(B)가 마주한 게임판입니다. A의 전략: 정석 운영 vs 벙커링(올인) B의 전략: 부유한 앞마당(방어 취약) vs 본진 플레이(방어 튼튼) 일반적인 내쉬 균형은 서로 눈치를 보며 반반씩 섞는 것이지만, 그날 임요환 선수는 상대가 '부유한 앞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심리적으로 유도(Framing)했습니다. 상대가 '부유한 앞마당'을 선택한 상태에서, 내가 '정석 운영'을 하면 불리해지지만(자원 차이), '벙커링'을 하면 100% 승리합니다. 결국 3연벙은 단순한 '가위바위보'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 강제로 고정해 놓고 주먹을 날린 완벽한 설계였던 것입니다.


2. 베이즈 추론(Bayesian Inference)의 함정 

 베이즈 추론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입니다.

- 홍진호의 사전 확률: "임요환은 전략가지만, 4강전 3세트에서 또 날빌을 쓸 확률은 5% 미만이다."

- 새로운 정보(관측): 1, 2세트 연속 벙커링에 당함.

 홍진호의 사후 확률 업데이트: 보통이라면 "이놈은 미쳤으니 또 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두 번이나 성공했으니 이제 만족하고 안정을 택할 것이다(평균 회귀)"라고 잘못된 업데이트를 수행했습니다. 반면 임요환은 상대방의 데이터(과거의 대처 방식, 성격)를 기반으로, 상대가 '안전한 앞마당(12 앞)'을 선택할 확률이 99%임을 확신했습니다. 즉,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상대방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분석한 쪽이 승리한 것입니다.

 

3. 매몰 비용(Sunk Cost)과 멘탈 관리의 실패

 3세트가 시작되고 입구에서 SCV가 다시 마주쳤을 때, 홍진호 선수의 드론이 잠시 멈칫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습니다. 1, 2세트의 패배는 이미 지나간 '매몰 비용'입니다. 경영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과거의 손실을 잊고 현재 상황(SCV가 오고 있다)에만 집중해서 최선의 대응(드론 다수 동원 수비)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아, 또야?"라는 짜증, "이번에도 막히면 끝장인데"라는 공포감이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켰습니다. 조직 관리(HR)에서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과 '멘탈 관리'가 왜 자원 관리만큼이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패닉에 빠진 CEO는 눈앞의 뻔한 위기도 막아내지 못합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을 읽는 싸움이다
 3연벙 사건 이후, 스타크래프트 팬덤에서는 "임요환은 비매너다" vs "전략의 승리다"라는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경영학도의 관점에서 승자는 명확합니다. 룰(Rule)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심리적 요소를 동원해 승리(이윤 창출)를 끌어낸 임요환 선수의 완승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비즈니스적 교훈은 명확합니다. "교과서(정석 빌드)대로만 하는 경영자는 결국 예측 가능한 먹잇감이 될 뿐이다."

 경쟁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기업은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모두가 "말도 안 된다"라고 하는 리스크를 세 번 연속 감수하는 무모함, 그리고 상대방이 "설마?"라고 방심하는 틈을 타 고정관념을 부수는 한 수가 '레전드'를 만듭니다.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어땠나요? 혹시 매일 똑같은 패턴의 '안전한 운영'만 고집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가끔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남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과감한 '벙커링'을 시도해 보는 것도, 정체된 국면을 돌파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막히면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합니다...!)

 이상, 영원한 2인자... 아니, 콩진호... 아니, 홍진호 선수를 추억하며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이상, 영원한 2인자... 아니, 콩진호... 아니, 홍진호 선수를 추억하며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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