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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경제•경영/스타크래프트

9발업 저글링 막히면 바로 GG 쳐야 하는 '경제학적' 이유 (feat. 매몰비용)

by Gaming Student 2025. 12. 1.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그리고 강의실보다 PC방이 더 익숙한 [게이머의 비즈니스 스터디로그] 주인장입니다.

 

수업 끝나고 밥 먹으면서 잠깐 글 써 봅니다.

사실 강의 들으면서 쓴건 안비밀;;

 

🎓 [경영학도의 노트] 그래프로 보는 '저글링'과 '드론'의 관계 (그래프 이미지 위치) 위에서 보여드린 생산가능곡선(PPF) 그래프를 스타크래프트에 대입해 볼까요? X축 (Guns): 군사력 (저글링, 히드라 등 공격 유닛) Y축 (Butter): 경제력 (드론, 멀티 기지 등 생산 기반) 곡선 위의 점 (A, B, C): 자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프로게이머의 최적화 상태) 점 A (Butter 중심): '12앞마당' 빌드입니다. 당장은 공격력이 없지만(X축 값 낮음), 부유합니다(Y축 값 높음). 점 B (Guns 중심): '9드론 저글링' 빌드입니다. 경제력(Y축)을 희생해 군사력(X축)을 극대화했습니다. 곡선 안쪽의 점 (U): 자원을 효율적으로 못 쓰고 미네랄이 남거나, 인구수가 막힌 상태입니다. ('발적화') 곡선 바깥의 점 (X): 현재 기술과 자원으로는 도달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치트키 'Show me the money' 없이는 불가능) 이 그래프가 보여주는 핵심은 "곡선 위의 점 A에서 B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Y축(경제력)의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의 시각적 표현입니다.



지난번 리니지 카르텔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민속놀이이자 e스포츠의 근본,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경영학 원론이나 경제학 입문 수업을 들으면 첫 시간에 배우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죠.

교수님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유명한 말로 설명을 시작하시지만, 저는 기숙사로 돌아와 스타크래프트를 켜고 저그를 플레이할 때마다 이 개념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지금 드론을 뽑을까, 저글링을 뽑을까?" 이 짧은 1초의 고민 속에 경영학의 핵심인 자원 배분과 선택의 문제가 모두 들어있거든요. 오늘은 저그 사용자들의 영원한 숙제, '9드론 스포닝풀'과 기회비용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테란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ㅎ

9발업 저글링이 막히면 왜 GG를 쳐야 할까? : 스타크래프트로 배우는 기회비용
1. 서론: 라바(Larva)는 무한하지 않다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 중 저그는 아주 독특한 생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처리(본진)에서 꼬물거리는 애벌레, 즉 '라바'를 변태시켜 유닛을 만들죠. 이 라바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생성되지만, 한 번에 모아둘 수 있는 개수(최대 3마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경영학적 비극(?)이 시작됩니다. 라바 한 마리로 '일꾼(드론)'을 만들 수도 있고, '병력(저글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둘 다 만들 수는 없죠. 게임 시작 직후, 미네랄 200원이 모였을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드론을 하나 더 찍어서 부유하게 갈 것인가(12앞마당), 아니면 지금 당장 스포닝풀을 짓고 저글링을 찍어 상대를 끝낼 것인가(9발업)."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를 '희소성(Scarcity)'에 따른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라고 부릅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죠. 제가 만약 저글링 6마리를 뽑았다면, 단순히 미네랄 150원만 쓴 게 아닙니다. 그 라바로 만들 수 있었던 '드론 3마리가 미래에 캐올 자원'까지 전부 포기한 셈이죠. 이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속에 숨겨진 기회비용의 실체입니다.

빌드 오더는 곧 기업의 경영 전략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초반 5분은 기업의 초기 스타트업 단계와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한정된 자본(미네랄)과 인력(라바)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니까요.

1) 드론 생산 vs 저글링 러시: 설비 투자(CAPEX) vs 마케팅 올인

 드론을 생산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설비 투자(CAPEX)'나 'R&D 투자'와 같습니다. 당장은 공격력이 없어서 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원을 채취하는 속도가 빨라져 후반 도모가 가능해집니다. 반면, 초반 저글링 러시는 '공격적인 마케팅/영업 올인' 전략입니다. 미래의 성장 동력(드론)을 포기하는 대신, 경쟁사(상대방)가 성장하기 전에 시장에서 퇴출(엘리미네이션)시키겠다는 승부수죠. 경영학에서는 이를 자원 배분(Resource Allocation)의 문제로 봅니다. 모든 자원을 성장에 쏟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 우위 확보에 쏟을 것인가? 이 선택에 정답은 없지만, 그 대가는 혹독합니다.

2) 생산가능곡선(PPF)으로 보는 올인 러시의 위험성

 경제학에는 '생산가능곡선(Production Possibility Frontier)'이라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두 재화의 조합을 나타낸 곡선이죠. (보통 교과서에서는 버터와 대포로 비유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이 곡선은 '드론(경제력)'과 '유닛(군사력)'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9발업 저글링' 빌드를 탔다는 건, 생산가능곡선 상에서 경제력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최대화한 지점을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이 선택의 기회비용은 '안정적인 중후반 운영'입니다. 따라서 러시가 실패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나는 필연적으로 패배하게 됩니다. "가난하다"라는 건 단순히 미네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기회비용으로 지불한 미래 가치가 소멸했다는 뜻이니까요.

3) 매몰 비용(Sunk Cost)의 함정: "아까워서 더 뽑다가 망한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초반 저글링 러시가 막혔을 때 나옵니다. 이미 투자한 라바와 미네랄이 아까워서, 혹은 "조금만 더 하면 뚫리겠지?"라는 생각에 무리해서 저글링을 계속 찍어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합니다. 이미 써버린 자원(막혀버린 저글링)은 회수할 수 없으니 잊어버리고, 현재 시점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드론 충원)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초보 사장님(사용자)들이 본전 생각에 무리한 투자를 지속하다가 결국 'GG'를 치게 됩니다. 콩코드 여객기 사업이 망할 줄 알면서도 투자한 돈이 아까워 멈추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죠.

인생도 스타도 결국은 '선택과 집중'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건, 훌륭한 경영자란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 고수들은 본능적으로 기회비용을 계산합니다. "지금 히드라리스크 덴을 지으면 뮤탈리스크 타이밍이 1분 늦어진다"라는 사실을 알고, 그 1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저울질하죠. 우리 인생이나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험 기간에 친구들과 롤 한 판을 하는 것은 단순히 30분을 쓰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외울 수 있었던 전공 용어 5개를 포기하는 것입니다(물론 저도 자주 포기합니다...).

솔직히 시험기간 롤 한판... 언제하는 게임보다 달달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빌드 오더가 꼬였을 때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단순히 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치른 기회비용(포기한 드론들)이 아무런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의 게임 비즈니스 스터디는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지금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지금 찍으려는 유닛이 드론인지, 저글링인지.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지 말이죠.